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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킴, 가려진 자들의 프로메테우스

좌은서

듀킴은 종교와 신비주의, 신체,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는 비주얼 아티스트이다. 그는 건국대학교에서 금속공예 전공 후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조소과 석사과정을 공부하였다. 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 아카이브 봄 (서울), 아트스페이스 그로브 (서울)에서 개인전을 하였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오래된 집 (서울), ICA (런던) 등에서 그룹전 및 기획전에 참가하였다. 2015년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파리)와 2017년 Pilotenkueche (라이프치히), 2019년 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현재 금천예술공장 (서울)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듀킴의 작업들은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다양한 표현방식만큼 그가 나타내고자 하는 작품의 주제 의식 또한 다양성과 연결되어 있다. 그는 퀴어, 페미니즘, 섹슈얼리티, 사도마조히즘, 대중문화, 종교와 신비주의 등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한다. 작업 안에서 듀킴은 자기 스스로를 대상화하여 탐구 대상에 동화시킴으로써 퀴어적 서사를 시각화하고 이분화된 구조의 경계를 허무는 것에 도전한다. 최근에는 퀴어, 젠더, 나아가 트랜스 휴먼과 포스트 휴먼에 대한 이야기를 샤머니즘과 K-pop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듀킴 <프로메테우스> 2019

듀킴의 작품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소재는 바로 ‘불’이다. 듀킴은 불이 ‘창조의 힘’과 ‘파괴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따르면 프로메테우스가 신으로부터 훔친 불은 인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하나의 열쇠였다. 그래서 듀킴은 ‘프로메테우스’라는 작품에서 트랜스휴먼, 신인류의 발전 방향을 불꽃의 이미지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듀킴 <환영>2019, 디지털 프린트 천, 실, 쇠꼬챙이, 퀴어부적, 160x115cm

그러나 기독교에서의 지옥과 불교에서의 지옥이 모두 불바다로 표현된 것을 생각해보면 불이 가지고 있는 파괴적인 힘에 대해 주목하게 된다. 또 중세 유럽에서는 주류신앙에 거스르거나 반대했던 사람들, 개혁적인 여성들, 동성애자들이 화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환영’이라는 작품에서는 불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과 지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되기도 했다.


듀킴 <불은 미래에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것입니다> 2019, 
디지털프린트 천, 레이저커팅된 천, 자수실, led 조명, 나무, 로프, 레이저커팅 된 스테인레스 스틸

듀킴은 당시 불에 타죽은 소수계층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불가마를 이용해 혼을 달래고 날려보내는 이미지가 담긴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통신앙에서도 무당이 굿을 하고 난 후 부적을 태워 영혼의 넋을 달래주는 행위와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소수계층을 처벌하는 도구였던 불이 그들의 혼을 위로하는 방법이 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샤머니즘과 중세 유럽, 기독교, 불교 등 모든 종교와 역사를 꿰뚫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듀킴은 자기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호니허니듀’로 소개한다. 호니허니듀는 K-pop 아이돌로 퀴어적인 이야기와 K-pop이 신화를 모티프로 삼는 작업 방식을 추구한다. 듀킴이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K-pop 아이돌로 정한 이유는 기존의 아이돌 문화가 상정하는 이성애, 규범성에 도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호니허니듀는 이성애만이 정상으로 인정 받는 규범성 앞에서 좌절된 욕망을 K-pop을 통해 표출한다. 뿐만 아니라 호니허니듀는 작가가 갖고 있던 샤머니즘에 대한 관심을 음악 속에 함께 녹여낸다. 퀴어, 샤머니즘, 섹슈얼리티 등 일반적인 아이돌로서는 다룰 수 없던 주제들을 다루며 호니허니듀는 관람자에게 자신에게서 느껴지는 이질감, 불편함이 잘못된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


우리의 밤이 미래가 될 때가지 Kiss of Chaos 중 일부

호니허니듀의 대표작으로는 <우리의 밤이 미래가 될 때까지 Kiss of Chaos>가 있다. 호니허니듀는 이 음반의 발매준비과정과 일상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이 앨범은 수메르의 신인 이슈타르의 명계하강 서사를 시각화한 이미지를 사용해 이슈타르 여신의 퀴어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이는 K-pop과 종교, 퀴어를 모두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는 호니허니듀의 작업을 잘 보여준다. 이 퍼포먼스는 국립현대미술관 ‘2020 아시아기획전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 와 일민미술관 ‘Ghost Coming 2020 {X-ROOM}’에서 선보여지기도 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류가 아닌 것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류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며 비주류가 자신의 곁에 있는 것조차 거부하려 한다. 그런 사회 속에서 자기 자신을 직접 비주류와 동화시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 듀킴의 작업들은 과연 비주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 속에서 우리는 은연 중에 외면하려고 했던 비주류와 마주함으로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선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게 된다. 

좌은서 eunjwa11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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